언론보도
18시간의 역작 'LOVE & PEACE'남긴 크리스 릭스
2014.12.15

 

사랑스럽다. 평화롭다. 헤럴드스퀘어 LL층 디자인포럼본부 한 쪽 벽면이 눈부시다. 따뜻한 기운도 돈다.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크리스 릭스의 작품이 입혀져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릭스는 헤럴드디자인포럼에 연사로 참가한 이후 헤럴드에 이 같은 선물을 했다. 지난달 27일 오전부터 시작된 작업은 무려 18시간 동안 진행됐다. 작업을 옆에서 지켜 본 디자인코어 유지호 차장이 크리스 릭스의 뜨거운 열정을 전달한다.<편집자주>

 

그건 우연이었다. 그리고 행운이었다. 디자인포럼 연사였던 크리스 릭스가 사무실 벽에 붓질을 시작했다. 하얀 벽에 각양각색의 물감으로 ‘LOVE’ 와 ‘PEACE’ 가 그려졌다. ‘LOVE & PEACE’는 크리스 릭스의 주요 작품소재다. 붓질은 자유로웠지만, 거침이 없었다. 

 

디자이너인 나로서는 아티스트 옆에서 직접 작업과정을 지켜본다는 게 커다란 행운이었다. 컬러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타이포 패턴은 어떤 식으로 공간감 있게 표현하는지, 컬러를 어떻게 더욱 입체감 있게 나타내는지 등 수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크리스 릭스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유년기에 동물, 사람, 꽃 등을 주로 그린다. 당신은 어떠했는가

=어렸을 때는 산, 건물 등 공간을 그렸다. 그러다 11살 때부터 Street Art의 문자미술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그렸다.(캘리그라피)

 

-당신의 그림에 영감을 주는 인물은

=Street Art가 가장 큰 계기가 됐지만, 피카소, 존 F. 케네디, 간디, 존 레논 등으로부터 동기를 얻기도 했다.

 

-지금 이 벽화에 ‘LOVE’가 몇 번이나 들어갔나

=천 번은 분명히 넘었다.(평생 본인이 그린 ‘LOVE’는 몇 억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같이 ‘LOVE’를 그리는데, 부인에게는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말해주는가?

=아주 많이 말한다. 특히 내가 뭔가 잘못했을 때는 더욱.(웃음)

 

-주로 벽화를 그리나

=17살에 4층 높이에서 몰래 벽화를 그리다가 떨어져 목숨을 건진 이후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몰래 벽화를 그리던 때의 습관 때문에 대학에서도 남의 눈치를 보며 남들보다 아주 빠르게 그림을 그렸다.(웃음)

 

-정치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술 쪽으로도 강의를 많이 들었나 보다.

=그렇다. 내가 다니지 않던 콜롬비아 대학에 가서 듣고 싶은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교수에게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들었다. 그런 적이 몇 번이나 있다. 부인도 마찬가지다. 관심이 있다면 당신도 못할 게 없다. 열린 교수라면 받아줄 것이다.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고, 부딪혀 보라

 

-내일 아침 비행기로 출국하여야 해서 이른 시간에 출발해야 하는데, 피곤하지 않은가?

=괜찮다. 나는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놀고 있는 기분이다. 마치 넓은 잔디밭에서 점프하며 뛰어다니는 것과 같다.

 

-이 벽화가 헤럴드 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들이 아침에 이 그림을 보고 놀란 모습을 보고 싶다. 그들에게 쇼킹함을 줄 그림을 상상해 본다.

 

크리스 릭스는 내년 1월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다음엔 헤럴드스퀘어 외부 벽,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국의 유명한 외부 벽이나 판문점 벽 등 이슈가 되는 곳에 작업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더 나아가 크리스 릭스는 ‘LOVE & PEACE’를 소재로 전세계를 돌며 작업하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크리스 릭스는 미국에 도착한 후 “헤럴드가 본인에게 좋은 기회를 줘서 고맙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외부 디자이너에게 크리스 릭스의 작품을 보여 주니 “어디 전시냐?”, “꼭 가보고 싶다” 등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사무실 벽면이라고 하니 “놀랍다”는 반응도 많았다. 이런 놀라운 상상과 모험, 그리고 꿈꿀 수 있는 여건을 갖춘 헤럴드 문화가 부럽다고도 한다.

 

나에겐 크리스 릭스가 남긴 열정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 사우들 모두가 둘러보고 소중한 경험을 공유했으면 한다.

 

글/ 유지호(디자인코어)